문재인 대통령 '재벌개혁'에 찍힐라…잔뜩 숨죽인 기업들

입력 2017-05-10 18:15  

"튀지 말아라"
오해 살만한 대규모 행사 자제
상의, 회장단 회의 하반기로 연기…삼성, 이재용 부회장 재판 영향 '촉각'

"코드 맞춰라"
사회적 역할 확대 방안 '고심'…파격적인 상생안 나올 수도



[ 장창민 / 노경목/김보형 기자 ] “무섭고 불안하죠. 지금까지 공약을 다 지킨 대통령이 없었다는 게 그나마 위안거리라고 해야 하나….”

새 정부 출범과 관련해 한 대기업 임원이 보인 반응이다. “일단 튀지 않도록 하겠다”는 ‘각오’도 덧붙였다. ‘재벌개혁’을 대표 공약 중 하나로 내세운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취임하면서 ‘찍힐’ 일이나 ‘눈 밖에 날 일’은 피하겠다는 얘기다.

재계가 납작 엎드렸다. 문 대통령이 △재벌 불법 경영승계 근절 △대기업 불공정 거래 척결 △법인세 인상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권한 확대 등 기업으로선 부담스러운 공약을 내건 터라 ‘눈치’를 볼 수밖에 없어서다.


◆“행사는 나중에…”

재계는 주목받거나 불필요한 오해를 살 만한 큰 행사를 미루거나 자제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조만간 개최할 예정이던 ‘전국상공회의소 회장 회의’를 올 하반기로 미루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권 초기 대규모 행사를 여는 게 부담스럽다는 이유에서다. 새 정부 정책이 구체화된 이후 지역 상공회의소 회장들의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마련하는 게 낫다는 판단도 연기 배경이다.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해오던 대통령 당선인과의 간담회 행사도 이번엔 열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조기 대선으로 대통령이 인수위원회를 꾸리지 않고 곧바로 취임했기 때문에 당장 기업인과 만나는 일정을 잡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한국기업연합회로 이름을 바꾸기 위한 임시총회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새 정부 초기에 총회를 열고 정부에 인가 신청을 하기엔 부담이 됐다는 후문이다. 전경련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여파로 정경유착의 고리로 낙인이 찍힌 뒤 간판을 바꾸고 새롭게 출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기념행사를 미루는 곳도 있다. 10일 창립 70주년을 맞은 A그룹은 그룹 차원의 기념행사를 다음달 22일로 미뤘다. 매년 5월12일 ‘자동차의 날’ 기념행사를 열어온 자동차업계도 다음달 15일로 날짜를 연기했다. 행정자치부가 조기 대선을 앞두고 각종 훈포장 등 유공자 포상을 미리 준비하기 어렵다는 뜻을 업계에 내비쳤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등 삼성그룹 계열사들도 지난 2월 미래전략실이 해체된 이후 사업상 필요한 활동 이외에 눈에 띄는 대외행사를 열지 않고 있다.

◆‘코드 맞추기’ 비상?

새 정부 출범에 따른 기업들의 고민은 조금씩 다르다. 삼성전자는 이재용 부회장 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는 노동계 친화적인 정부 정책이 나오지 않을까 걱정이다.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등은 경유값 인상 등 에너지 세제 개편 가능성에 관심을 쏟고 있다.

재벌개혁 공약에는 다들 우려가 크다. 대놓고 말하지 못할 뿐이다. 일부 기업은 이날 대관 및 홍보 부서를 중심으로 회의를 하기도 했다. 10대 그룹 임원은 “재벌개혁 관련 공약 이행 가능성과 속도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정권 초기 기업을 대상으로 한 ‘군기 잡기’가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나온다. 대기업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2013년 초에도 공정거래위원회가 4대 그룹을 대상으로 전격적인 공시 위반 조사에 들어간 적이 있다”며 “사정당국의 기업 조사가 많아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첫 시범 케이스에 걸리면 곤란하지 않겠느냐”는 것도 공통된 반응이다.

재계에선 기업마다 당분간 협력사에 대한 납품 단가 인하 요구도 자제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영승계 작업 속도를 늦추는 곳도 많아질 것이란 시각이다. 기업들의 사회공헌 대책이나 대·중소기업 상생경영 방안 등이 확대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기업들이 새 정부와 ‘코드’를 맞추기 위한 ‘선물’을 내놓지 않겠냐는 예상이다. 삼성전자 등 일부 기업에서는 파격적인 사회공헌 방안이 나올 수 있다는 소문도 돈다.

장창민/노경목/김보형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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